'창원유족회' + 2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5화, 문강자 2015.08.07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2015.07.20
창원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다섯 번째 증언자 문강자 씨입니다. 문강자 씨는 희생자 문일상 씨의 딸입니다.
아버지가 희생된 민간인학살 당시 문강자 씨는 어린 나이라 기억을 하진 못하고,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증언을 해 주셨습니다.
문강자 씨의 할머니는 스물세 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사셨다고 하는데요. 문일상 씨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온 동네에서 소문이 날만큼의 효자였다고 합니다.
당시 문일상 씨 또래의 사람들은 장사를 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외지로 나가는 일이 잦았다고 하는데, 문일상 씨는 어머니를 홀로 둘 순 없다며 쭉 어머니 곁을 지켰다고 합니다. 문일상 씨를 두고도 항상 ‘소자’라고 했다고 하네요. 소자는 효자라는 말이고요.
그렇게 농사를 지으며 처자식을 책임지던 문일상 씨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끌려갔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사람들이 청년단 사람들이었고, 동네에서 다섯 사람이 잡혀갔습니다.
문일상 씨가 잡혀간 뒤 청년단으로 의심되는 누군가가 ‘돈을 주면 빼주겠다’고 해서 논을 팔고, 그 돈으로도 부족하니 고모부가 농사짓던 황소를 팔아 돈을 마련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주었지만 풀어주기는커녕 면회도 못 했다고 합니다.
“세상이 아직도 어둡고 그렇습니다. 억울한 사람 눈물도 좀 닦아주고 가슴 아픈 거 속 좀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제도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2015/07/29 - [피플파워가 낸 책/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1화, 감효전
2015/07/31 - [피플파워가 낸 책/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2화, 김도곤
2015/08/03 - [피플파워가 낸 책/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3화, 김순애
2015/08/05 - [피플파워가 낸 책/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4화, 김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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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펴낸날 2015년 7월 15일
가격 17,000원
반양장본 | 276쪽 | 152*225mm
ISBN 979-11-955537-1-6(03090)
펴낸곳 도서출판 해딴에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38(양덕동)
055-250-0100
www.idomin.com
기록자 박영주
책 소개
창원유족회에서 펴낸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한국전쟁 전후에 있었던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증언을 모은 책이다. 6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희생자들의 유족들. 어디 토로할 수도 없었던 당시의 괴로운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는 눈물이 나지도 않는 이도 있다.
재판 절차나 법적 근거도 없이 전쟁의 혼란을 틈타 국민을 학살한 국가권력.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보상. 조용히 넘어가기엔 죄 없이 사라진 목숨이 너무나도 많다. 재산과 땅, 그리고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이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는 현실. 이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자 잊혀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다.
저자 소개
기록자 : 박영주 경남대학교 박물관 비상임연구원
평생을 기록하는 일로 살아왔다. 1985년 무크지 <마산문화> 편집장을 지냈고,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1, 2>(2008, 6월민주항쟁 20주년 기념 경남추진위원회)와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2011,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책임편집을 맡았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함양지역 민간인 희생자 전수조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목차
발간사 노치수
할아버지의 바다 / 감효전
증조할머니가 삼십몇 년 동안 밥을 해놓고 기다렸어요. 맨날 하시는 말씀이 우리 똑똑한 자식이 절대 죽었을 리 없다. 살아있다. 올 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백 살이 넘어도 우리 자식 얼굴 보고 죽는다.
시급한 명예회복 / 김도곤
유족회에서 몇 년째 홛동하고 있는데 그 옛날 어머니 때부터 이야기하자면 말도 다 못하지요. 재판결과가 빨리 나와야 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재판결과가 나와서 명예회복이 됐으면 합니다. 벌써 몇 년째입니까?
희생자 위령은 우리시대의 의무 / 김순애
자꾸 외면하지 않습니까. 사건을 물고 늘어진다 아닙니까. 증거가 불충분하다 하면서 기각시키고요. 판결이 빨리 나야겠지요. 그리고 위령비도 세워야지요. 할 거는 다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로하는 일에 국가가 나서야 / 김원희
지방재정이 어렵더라도 공원 같은 데나 그런 터가 있으면, 시의 지원을 좀 받고 우리도 사비 좀 내고 해서 건립했으면 좋겠습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로해야죠. 그게 자식들이 할 도리 아닙니까?
야이 시아시 놈들아, 내 소자 데리고 온나 / 문강자
우리 할머니는 아들 이름을 소자라 하는 거라. 우리 어릴 때는 그 소자가 무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게 효자라 효자. 남들이 이 집 아들 뭐 어쩌면 하고 말할때도 늘 내 소자가, 소자 그렇게 하셨지요.
역사 바로 세우기는 진실규명으로부터 / 심재규
일심에서 패소했는데, 그 이유가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보고 당신 아버지가 죽은 거를 왜 정확하게 모르냐고 하는데, 모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진실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은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의 밑거름 / 심진표
우리 어릴 때는 사람만 보면 겁이 나서 우리 아버지 없다는 소리만 하고 다른 말은 일절 안 했습니다. 아버지가 항일독립운동 하시면서 건국훈장 애국장 받은 분이신데도 세상 무서워서 말을 못했어요.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이귀순
저기 가입하면 군에도 안 가고 좋단다. 내 가입 할란다 그러고. 그래 어느 날인가, 내 저녁 때 일찍이 와서 소 찾으러 가꾸마 이러데. 그런데 소 찾으러 오지도 안 하고···.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아버지 명예회복은 당연한 도리 / 이동주
저 혼자의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이 사실이 언젠가 없어질 겁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걸 후세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잘못된 역사가 반복이 안 될 것입니다.
꿈에라도 봤으면 싶은데 꿈에도 안 나타나예 / 이영자
우리 아버지가 출근한다고 가신 그거는 알고 있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몰라요. 나가면서 그러셨어요. 내 갔다 오께 영자야. 그렇게 인사하고 가셨는데, 그질로 못 봤어요.
이제라도 특별법 만들어서 문제 풀어야 / 정동화
보도연맹 가입해가지고 학살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었는데 아무도 말을 못 헀어요. 유족회 모두가 바라는 바지만, 어차피 정식재판에 근거하지 않고 처형한 학살이니까 이제라도 특별법을 만들어야죠.
위령탑 세워 한을 풀어야 / 조정숙
많이 힘들었지요. 진짜 못 먹고 살아서 허리띠도 많이 졸라맸습니다. 허리띠만 졸라맸습니까. 온갖 장사를 다 했습니다. 위령탑이라도 세워서 한을 좀 풀었으면 싶어요. 얼마나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갔습니까?
난리통에 죽다 살아난 거는 말도 못해 / 황점순
총알이 날라오니까 나는 아를 업고 뛰어가다가 총을 맞았어. 하나도 성한 데 없이 피투성이가 되가지고···. 총알이 박히지 않고 관통을 해서 얼추 다른 데는 다 나았는데 다리는 많이 다쳐서 아직 안 나았어.
창원지역 민간인집단희생사건 유해매장지
창원유족회 활동 사진
책 속으로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이귀순
“거기(보도연맹) 가입하면 군에도 안 가고 좋단다, 내 가입 할란다, 그래 그 가입을 했어. 그래 어느 날인가, 내 저녁때 일찍이 와서 소 찾으러 가꾸마, 이러대. 그런데 소 찾으러 오지도 안 하고···.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 누가 뭐라고 하면서 가입하라고 했답디까?
“지서에서, 군에도 안 가고 좋다고 가입을 하라고 했는 거라.”
- 그게 나중에 알고 보니 보도연맹이었네요?
“하모. 보도연맹인지도 모르고, 군에도 안 간다고, 그래 꼬여서···.”
- 그래 가입하고 난 뒤에 전쟁이 터졌네요?
“그렇지. 그래 나니까 안 오는 거지. 그러니까 뺄개이로 말린 거지.”
- 그래가지고 지서에서 불러서 갔을 때가 언제입니까?
“나는 스무 살 묵었고 스물한 살이고 그랬지. 한 살 더 묵었으니까.”
- 그때 나갔을 때가 음력으로 언제입니까?
“유월달인데 유월 초순쯤 됐을 거라.”
- 그래 어디로 갔습니까? 지서로 바로 갔습니까?
“오서지서로 가서 그러고 난 뒤로 안 온다카이.”
- 경찰이 데리러 왔습디까?
“오데요. 고마 전부 본인이 안 갔소.”
- 그럼 이 동네는 몇 명이나 갔습니까?
“그때 이 동네서 열인가 그리 갔을 거라. 그 가면 좋다고···. 막 좋다고 갔지. 뭐.”
- 좋다고요?
“하모. 가모 뺄개이도 물새해 주고 군에도 안 보내고 좋다고 하면서···.”
- 지서에서 뭐 한다고 오라 했습니까?
“뭐 하러 오라고 했는지 그건 모르겠고···. 지서 간다 하대, 그래 뭐 하로 가노? 오라 하는데 가보지 뭐. 군에도 안 보내고 좋다고 하니까···. 내 저녁때 소 찾으러 오꾸마, 그리고는 지서로 갔지.”
- 그럼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옷차림도 그냥···.
“그냥 잠깐 다녀온다고 맨몸으로···. 그런데 이리 안 온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국전쟁 65년,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폐허로 변한 공터 위에는 높게 치솟은 건축물과 널찍한 도로가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과거의 일을 잊은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거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으로 가족들과 원치 않은 이별을 한 이산가족이나 해결하지 못한 친일파 청산 등.
그 가운데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 좌익세력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민간인을 집단으로 학살한 사건이다. 법치국가에서 최소한의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마구잡이로 학살한, 잊어서는 안 될 과거. 이 책은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이다.
책에서는 아버지, 남편, 삼촌, 할아버지 등 가족을 떠나보내고 아파하고 있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는 떠올리기 힘든 과거를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누군가는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며 담담하게 말하기도 한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을 겪은 유족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도 별다른 보상이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잊혀서는 안 될, 해결되어야 할 과거 민간인 학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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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대 초반의 새댁이었던 여자는 88세 노인이 되었다. 국가권력에 남편이 학살되고, 하나뿐이었던 한 살배기 아들도 미군의 총탄에 잃었다. 그녀는 아직도 남편이 왜 학살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도 미군의 총탄을 맞고 간신히 살아난 뒤 평생을 혼자 살아왔다.
이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바꿔놓아야 했다. 기억은 잊히지만 기록은 역사가 된다. 창원유족회가 이 증언자료집을 만든 이유다. 이 기록은 앞으로 역사가 되어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외칠 것이다. 경남 창원에, 대한민국에 이런 한 맺힌 일이 있었다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고···.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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