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 사시는 양은희 님이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읽고 서평을 보내왔습니다. 사람의 발자취도, 대안의 발자취도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다고 하시네요. 이런 건강한 지적이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양은희 님, 솔직한 서평 고맙습니다.
촌으로, 촌으로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 바람이 되리라. 물이 되리라. 작정을 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지친 불혹의 중반을 위로하고자 구체적으로 귀촌을 물색한 터라 ‘사람 사는 대안마을’이란 제목의 이 책이 구미에 확 당겼다.
따가운 햇살을 피한 새벽 밭매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흙의 느낌을 상상한다. 시꺼먼 흙덩이를 발로 뭉개며 지렁이도 만나는 행운을 꿈꾼다. 태양의 작열을 문밖으로 내어놓고 한낮에는 부른 배를 퉁퉁이며 침도 한껏 흘리는 낮잠을 즐기고 싶다. 책에서 소개한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은 치열한 일상이다. 흙에서까지 견뎌내고 싶지 않다.
먼동과 함께 푸성귀로 가득한 밥 한 술을 뜨고 여유롭게 마시는 차 한 잔. 멀리 숲에 눈을 두고 책장을 뒤적이며 한두 시간 책을 읽고 싶다. 곳곳에 교육이 왕왕거린다. 교육이란 문자를 그만 두고 틀로 엮어 맨 학문이나 배움이란 언어 없이 막연하게 시간을 죽여 나가고 싶다. 내게는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은 숨 차는 명제이다.
/경남도민일보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에서 ‘문화란 도대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본다. 문화란 ‘마음이 움직인다’가 아닐까? 책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의 모습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지 않다. 문화의 구획을 자본창출과 확실하게 연결시켜 놓아서 문화마저 두 손을 불끈 쥐게 하는 긴장감을 가져온다.
흙으로의 삶의 전제필수조건은 생태적 삶이 아닐까 한다. 내 삶의 흔적을 없애는 일상생활은 의지만으로 제대로 실천을 이루어 낼 수 없다. ‘제4부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에서 소개된 산청 갈전리 마을은 꼭 몇 번 가고 싶다. 제대로 흙다운 대안기술들을 배워서 흙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충분히 준비하여 귀촌을 하고 싶다.
너무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책에서는 사람의 발자취도 대안의 발자취도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다.
‘사람 사는’이란 제목을 만족시키는 ‘사람’ 부분이 특히 부족했다. 아름다운 언어, 공동체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결코 녹녹하지 않다. 얼기설기 얽혀있는 실타래 끝을 잡았지만 결국 실마리를 풀어가는 구체적 사실과 사건들을 상상하며 감동을 준비했다. 하지만 준비된 감동은 쓸모가 없었다. 살 냄새 풀풀 풍기는 사람들 이야기가 멀뚱멀뚱하여 건조하기까지 했다.
‘대안마을’이란 범위를 축소시켰다. 대안을 자본에 보다 집중해둠으로써 다양한 대안적 삶에 대한 동등가치를 침해했다. 활자화 된 대안마을이란 명제가 자본주의 사회를 거부하는 대안. 사회적 동물을 거부하는 인간군. 게으름에 대한 욕망 등 보편성이 귀찮은 대안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물론 지은이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실재성에 머리가 끄덕여지겠지만 솔직히 사람을 잃어가는 자본주의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으며 터전을 준비해가는 홈페이지 소개 글의 나열 같았다. 마을 아이들, 마을의 엄마, 아빠, 마을의 어르신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오물거리는 가슴 이야기들의 결여는 책을 너무 밋밋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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