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그' + 1
- 한국인이 본 영국, 영국인이 본 한국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2 2023.05.16
펴낸 날 : 2022년 9월 15일
가격 : 18,000원
반양장본 | 376쪽 | 152*225mm
ISBN 979-11-86351-48-2(03300)
펴낸 곳 : 도서출판 피플파워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38(양덕동)
055-250-0190, 0194
www.idomin.com
저자 : 김성수
wadans@nate.com, 영국 거주
책 소개
영국으로 한국을 비추고
한국으로 영국을 비추며
우물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길잡이
저자 김성수는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영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서른 가까이 살았고 영국에서 역사를 공부했는데 박사학위는 한국인 함석헌을 주제 받았다. 다시 한국에서는 과거사 진상 규명과 반부패 사회 구현을 임무로 하는 기구들에서 일하다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있다.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한국 이야기를 영국에 비추어 보여주고 영국 이야기를 한국에 비추어 보여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론이다. 저자가 들고 있는 거울을 따라 책 속을 거닐다 보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좁은 우물을 벗어나 저도 모르게 넓어지고 깊어진다.
영국과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먼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인상 깊다. 9월 8일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0대 후반에 공주 신분으로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군용트럭으로 구호품을 전달하고 탄약을 관리했다. 휴식 시간에는 흙바닥에 앉아 타이어를 갈고 엔진을 손질하며 차량을 정비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대녀였고 인도 왕족의 후손인 인도 소피아 공주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 앞장섰다. 1913년에 영국 수상이 탄 차량을 가로막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영국의회 앞에서 데모를 이끌었으며 대대적인 납세거부운동을 선도했다. 잘못하는 정부에 맞서서 대중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모범을 이미 110년 전에 보여줬다.
한국에는 없을까. 일반 국민은 다 가는 군대를 사회 고위층은 면제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장준하는 그렇지 않았다.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베트남 파병에 반대했지만 파병이 결정되자 ‘빽’을 써서 장남을 참전시켰다. “찬성한 여당 의원도 안 하는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남의 귀한 아들을 총알받이로 보내고 내 아들만 안 보낼 수 있나요?”라고 답했다.
실패한 전봉준 vs 성공한 크롬웰
한국의 전봉준과 영국의 크롬웰도 같은 혁명가로서 선명하게 대조된다. 전봉준은 외세를 끌어들인 왕 때문에 실패하고 목이 잘렸다. 크롬웰은 외세를 끌어들인 왕을 베고 혁명에 성공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영국은 두툼한 반면 한국은 얄팍하다. 까닭은 무엇일까. 국왕의 목을 자른 경험이 있는 국민과 그런 경험이 없는 국민의 차이는 아닐까.
영국에서는 덕분에 전제왕권이 사라지고 의회가 자리 잡았으며 국민의 권리도 보장되었다. 전봉준이 외세 개입을 막기 위해 관군과 휴전하면서 제출한 폐정개혁안은 다른 길을 걸었다. 노비문서를 태우는 등 신분제의 전면적 폐기는 혁명적이었다. 토지의 평균 분작은 농민의 토지 소유를 지향하는 것이다. 젊은 과부의 재혼을 허락하라는 주장은 참 따뜻한 인간적 호소였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동학혁명군은 일본군에 짓밟혔다.
전봉준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친일파가 줄어들고 갑질 횡포가 사라지고 성평등지수는 높아지고 양극화는 덜하지 않았을까? 잘못하면 지배층도 목이 잘릴 수 있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좀더 일반화되지 않았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은 그 잊은 역사를 반복하게 된다는 지적을 상투적이지 않게 만드는 대조였다.
세월호 의사자에게 영국처럼 보편 복지가 주어졌다면?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목숨을 잃은 박지영 씨의 사연을 영국의 보편적 복지와 비교 대조한 것은 날카롭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은 1945년 세계대전 탓에 전쟁비용으로 국가 채무가 쌓였는데도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양육 등 보편 복지를 강화했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인도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국가신인도 강화에도 막대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복지가 확대되면 국민 개개인이 잠재력을 극대화해 유능한 개인이 될 수 있다. 유능한 개인은 자아실현을 통해 개인도 행복해지고 국가도 그 개인 덕분에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박지영 씨는 부친 사후 생계를 위해 세월호에 몸을 실었다가 참변을 당했다. 대학을 포기하는 대신 무사히 졸업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했으면 어땠을까?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헌신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미래의 어느 시점에 나라와 지구촌을 위해 자신의 아름다운 역량을 쏟아붓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도록 보편 복지가 거들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영국과 한국 교복값 차이에 숨어 있던 사회 모순
두 나라 아이들의 서로 다른 옷차림 같은 범상한 차이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눈썰미가 매섭다. 한국 학생은 허드렛일을 할 때 교복을 벗고 다른 옷을 입지만 영국은 교목을 입은 채로 한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은 교복값이 비싸고 영국은 일반 옷값의 30%밖에 안 한다. 여기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었다. 바로 담합이다.
담합은 교복뿐 아니라 독과점 품목에서 소규모 업종까지 전반에 퍼져 있다. 과징금의 경우 서양은 피해액의 300%가 최소이지만 한국은 100%도 아닌 10%가 최대치이다. 서양은 담합을 자본주의 공정경쟁을 파괴하는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강하게 처벌한다. 반면 한국은 소비자를 이중으로 뜯기는 호구로 내몰면서 자구노력조차 봉쇄하고 있다.
40대 여성 총리가 오고,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가고
저자는 “영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지만 모국인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연상하고 생각하며 썼다”면서 “한국과 영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차분하게 음미하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떤 이는 책을 한 권 읽으면서 마음을 울리는 대목을 하나만 얻어도 성공이라 했다. 수십 년 면벽수행한 수행자들의 지고지순한 문장이나 타고난 시인의 벼락같은 시어까지는 아니지만 읽다 보면 최소 한 차례 이상 빛나는 표현을 만날 수 있다.
9월 5일 영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0대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8일에는 70년 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영국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온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 세계적으로 눈길을 끄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영국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에는 한국인이 잘 모르는 영국 이야기들이 곳곳에 날것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우리에게 이해하기 어렵고 낯선 것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한국의 문화와 감성을 타고난 저자의 손길과 눈길이 거치면 달라진다. 금세 익숙한 풍경이 되고 바로 입에 딱 맞는 음식이 된다.
저자 소개
저자: 김성수
1960년 서울 출생. 신진공고 자동차과와 한국철도대학을 졸업하고 1981~1989년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했다.
1989년 2월 4일 함석헌이 운명한 날 사표를 제출했다. 1990년 영국으로 유학, 에섹스대학교 역사학과(학사, 석사)를 마치고 셰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함석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귀국 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고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과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영국인 아내와 1남1녀를 두고 영국에 살면서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오마이뉴스》 영국 통신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영문판 《함석헌 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조작된 간첩들》 등을 지었다. 한국전쟁 기간의 민간인학살과 권위주의 정권 아래 의문사를 다룬 책 《폭력의 역사》가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이다.
차례
책머리에
한국인이 본 영국, 영국인이 본 한국 … 8
1. 나의 스승 이야기
나는 함석헌·김동길에 ‘미친놈’이었습니다 … 14
베개 속 죽은 쥐… 영국 여의사는 왜 한국에 왔나 … 25
어느 ‘대박’ 만화가의 말 못 할 고민 … 37
‘퀘이커 평화주의자’ 이행우 선생을 보내며 … 47
2. 영국의 정치인
전봉준과 크롬웰을 관통하는 ‘키워드’ … 58
이승만 위해 속옷 벗어던지고 논개가 됐다 … 68
박근혜가 존경한 여인, 그 여인을 공격한 남성 … 76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남자의 ‘무릎’ … 86
3. 영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군용트럭 모는 공주님, 좋아할 수밖에 없네 … 96
“군대 보내달라”고 한 47세 기자를 아십니까 … 103
시위 앞장선 인도 소피아 공주 … 109
4. 영국의 코로나
영국의 유명한 부둣가, 이름은 ‘파주길’ … 118
“왜 한국처럼 안 되지?”… ‘코로나 사망 4만3천’ 영국의 고민 … 126
나는 왜 〈조작된 간첩들〉을 쓰게 됐나 … 134
5. 브렉시트는 왜 일어났나?
27년 만의 피살, 영국을 가른 ‘브렉시트’ … 142
“영국 괴롭히기 그만” …야당 대표까지 휘청 … 152
6. 영국의 교육과 교복
“교과서 없고 숙제도 내 맘대로” 인기 중학교의 비결 … 166
한국 교복, 영국 교복보다 비싼 이유 있었네 … 175
7. 국가폭력과 과거청산
“총 성능 시험해보려 북한 노인 쐈다” … 182
14명 죽은 사건도 12년 조사했는데… … 196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 난 희망을 잃지 않는다” … 203
총선서 민주당 의석 확대하면 개혁 드라이브 다시 걸어야 … 216
8. 영국에서 본 세월호
“한국정부가 학생들을 죽게 놔둬” … 228
외국인들 “박근혜, 국민들 분노 잘 모르는 것 같다” … 235
항공사 협박에 맞선 영국 정부 … 240
세월호 의사자 ‘박지영’, 그가 살았더라면… … 247
세월호 뉴스 본 영국인들 “North Korea인 줄 알았다” … 254
9. 장례식과 물대포
한국 ‘가짜 장례식’ 본 외국인들 “변태스럽다” … 262
물대포 거부한 영국 경찰, 이유는 ‘전통’ 때문 … 268
10. 영국을 점령한 BTS
“BTS는 영국 소녀를 우울증에서 구해냈다” … 274
영국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대체 BTS가 왜 좋아?” … 287
11. 영국에서 본 국정원 해킹사건
“난 증거 삭제한 그의 ‘고백’을 믿을 수 없다” … 298
“언론인-운동가 해킹 프로그램, 한국 정부도 사용한 정황 있다” … 306
12. 가족이란 무엇인가?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사랑해요… 아빠” … 318
“아이들은 나를 ‘쪽발이 깜둥이’라 불렀다” … 325
13. 영국사회 그리고 영국인
아인슈타인 살린 에딩턴,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다 … 338
우크라 모녀와 함께 사는 영국인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 … 343
월 40만원에 내집 장만… 꿈을 가능케 한 ‘비결’ … 351
다운증후군 지방의원, 다음 목표는 ‘국회’ … 359
나는 왜 영국 시민권자가 되었나? … 364
책 속으로(본문 중에서)
한국과 영국에서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동양과 서양을 떠나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 사회정의의 추구, 그리고 남과 내가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11쪽. 영국인이 본 한국, 한국인이 본 영국)
북한에 가족이 너무 걱정되고 그립기도 해서 아버지는 어떻게든 북한에 가 볼 심정으로 ‘켈로부대’(미국 극동군사령부가 북한 출신으로 조직한 북파 공작 첩보부대)에 지원하셨답니다. 심사위원 중에 아버지 고향 선배가 있어서 아버지는 ‘합격’을 의심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면접에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몸 성히 살아 돌아오는 북파공작원이 거의 없어서 그 고향 선배가 탈락시켰답니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저는 오늘 여기에 없을 것입니다. 살다가 실패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40~41쪽. 어느 ‘대박’ 만화가의 말 못 할 고민)
이행우 선생은 달변가가 아니었지만 말씀의 내용은 늘 놀라웠다. 그의 가장 큰 무기가 ‘진실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화려한 무대 뒤에서 남을 위해 조용히 일만 하셨다. 그는 아름다운 ‘진주목걸이를 이어주는 실’ 같은 분이었다.
(53쪽. ‘퀘이커 평화주의자’ 이행우 선생을 보내며)
영국 노동당 당수 시절 코빈은 칠레의 정치 망명자이던 부인이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려 하자 일반공립학교에 보낼 것을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로 갈등이 불거져 이혼까지 했다. 토니 블레어가 수상 시절 자신의 자녀를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보내 비판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89쪽.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남자의 ‘무릎’)
1차세계대전 기간 중에 소피아 공주는 전쟁 중 부상당한 병사들을 위해 간호사로 자원봉사를 지원한다. 시크교도인 한 인도 부상병은 인도의 마지막 왕의 딸인 소피아 공주가 간호사 복장을 입고 병상에 누운 자신을 직접 간호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113쪽. 시위 앞장선 인도 소피아 공주)
“나는 외국인이 영국으로 이민 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유럽연합은 유럽인들끼리만 서로 큰 혜택을 주고 비유럽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차별한다. 우리는 전 세계인들을 골고루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인끼리만 서로 혜택을 주고 비유럽인을 차별하는 것은 또 다른 식민주의다. 그래서 나는 탈퇴를 선택했다.”
(155쪽. “영국 괴롭히기 그만” …야당 대표까지 휘청)
그 의사와 목수의 연봉은 약 2.5배에서 3배 정도 차이 났다. 영국에선 연봉이 높은 사람은 소득세를 40%까지 내야 하고 아동양육비 등을 전혀 받지 못한다. 반면 연봉이 낮은 사람은 소득세를 20%만 내거나 면제받고 복지혜택을 받는다. 의사 집에는 책이 많고 목수 집에는 나무가 많은 것 외에는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또 의사에게서는 우월감 등을 찾아볼 수 없었고, 목수에게서도 열등감을 느낄 수 없었다.
(171쪽. “교과서 없고 숙제도 내 맘대로” 인기 중학교의 비결)
“이 참전용사는 1950년 겨울, 두 한국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메모를 읽었는데 아이들의 아버지가 쓴 영어가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엉터리 콩글리시였다. 그러나 이 메모를 60년 동안 간직하고 있는 이 영국인 참전용사에게는 이 종잇조각에 적힌 글이 아주 감동적이었고 이 메모를 보물 다루듯이 했다. 전쟁은 인간의 극악한 면을 드러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은 또한 인간의 지고한 선도 드러나게 하는 것 같다.”
(187~188쪽. “총 성능 시험해보려 북한 노인 쐈다”)
영국인들은 한국의 우파 보수주의자들을 이해 못 한다. 우파 보수주의란 민족이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의 우파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민족이 없다. 한국에서는 민족주의자인 조봉암, 장준하 등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함석헌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한국에서는 좌파들이 오히려 유럽 우파보수주의자들이 기본으로 삼는 민족 문제를 이야기한다.
(207쪽.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 난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파리7대학의 학부 2~3학년 한국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나의 서툰 영어 강의가 얼마나 정확히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00여 학생들이 매우 진지하게 들었고, 현재 북한의 핵개발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이 대학 한국학과에는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 등으로 130명 입학생 모집에 1000여 명이 몰려왔다는 소문도 들었다.
(219쪽. 총선서 민주당 의석 확대하면 개혁 드라이브 다시 걸어야)
언론들은 세월호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점을 들어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6개월~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던 상황에서 제대로 안전교육이 이뤄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장래가 보장된 넉넉한 마도로스가 아닌 하루살이 같은 생계형 계약직 선장과 선원들에게 돌을 던지고 그들의 직업윤리만 따지는 것이 박 대통령이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일까.
(236쪽. 외국인들 “박근혜, 국민들 분노 잘 모르는 것 같다”)
“학교에선 한국 전쟁과 북한 미사일 외에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을 배운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케이팝을 통해서 한국 문화를 접하고부터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놀라운 면을 많이 배웠다. 나는 몇 년째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 영화, 쇼, 코미디, 다큐멘터리 등을 닥치는 대로 본다. 그 덕에 한국말도 조금씩 배운다. 언젠가 한국말도 잘하면 좋겠다. 한국말은 듣기 좋고 너무 아름답다. 한복도 인형처럼 참 예쁘다.
(283쪽. “BTS는 영국 소녀를 우울증에서 구해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국정원에서 구입한 스파이웨어는 대북용이지 한국의 민간인 사찰용이 아니라는, 그 중요한 증거를 삭제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말이 안 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왜 스스로 삭제하나?”
(304쪽. “난 증거 삭제한 그의 ‘고백’을 믿을 수 없다”)
아내의 외도에도 수상 헤롤드는 1966년 아내가 사망할 때까지 결혼 생활을 충실하게 유지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지만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했고 아내가 외도하여 낳은 혼외자식 사라를 친자식과 함께 차별 없이 키웠다. 사라가 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318~319쪽.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사랑해요… 아빠”)
딸아이도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딸이 학교에서 울면서 집에 왔다. 이유를 물었다. 아이들 여럿이 “○○는 미국 스파이, 고양이 눈깔에 이티”라고 놀린단다. 어떤 아이들은 식사시간에 밥을 딸아이 얼굴에 던졌단다. 아빠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다르게 생긴 것이 무슨 죄인가?”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325~326쪽. “아이들은 나를 ‘쪽발이 깜둥이’라 불렀다”)
영국정부에서 공정임대료 제도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임대료가 과도하게 상승하면 서민생활이 불안해지고, 결국 경제 전반에 악순환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국의 공정임대료제도가 임차인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는 건 아니다. 공정임대료제도는 임대인에게도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준다.
(355쪽. 월 40만원에 내집 장만…꿈을 가능케 한 ‘비결’)
선진국은 다 복수국적을 용인하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복수국적은 경제적으로는 더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고 인구감소도 막는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한국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만, 이스라엘, 독일, 핀란드 등도 모두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다. 남북분단이 문제라면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은 남성에게는 복수국적이 당연히 허락되어야 한다.
(372쪽. 나는 왜 영국 시민권자가 되었나?)
내가 복수국적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한국에 와서 의료혜택을 받으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영국이나 유럽은 미국과는 달리 국가의료제도가 있고 전혀 의료비가 들지 않는다. 한국 방문 시는 의료비가 보장되는 여행자보험을 드니 유사시에도 한국의 납세자들에게도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
(375쪽. 나는 왜 영국 시민권자가 되었나?)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가 몰랐던 영국의 어두운 모습, 그런데…
한국에 태어났으면 최소 징역을 살았을 영국 과학자
영국이라는 나라의 품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들이 봤을 때 동쪽 끝 극동의 한국에서 온 낯모르는 청년에게 신청한 장학금의 10배인 4000만원을 주는 대목은 놀라웠다. 나중에 들은 그 이유는 더욱 놀라웠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의 분신 뉴스를 접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분들이 한국에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당신이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10배로 준 겁니다.”
또 제1차세계대전 당시 적국 독일 출생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영국 학자 아서 에딩턴이 실험과 검증으로 입중하는 과정도 놀라웠다. ‘이적분자’ ‘이적행위’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한 에딩턴도 그렇고 그에 설득을 당해서든 어떻든 정치적 고려 없이 지원금을 배정한 정부도 그랬다.
한국 같으면 어땠을까? 저자 김성수의 지적이 없더라도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조선 시대 고종 치하에서는 말할 것도 1950년 한국전쟁기 이승만 치하에서는 더욱더 반역죄로 바로 목이 잘리거나 총살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시절이라고 달랐을 것 같지 않고 김영삼 정부 이후 소위 문민화 이후에는 조중동 수구언론의 설레발을 못 견뎌서라도 최소 징역은 살았을 것 같다.
한국처럼 학살이 있었던 영국, 한국과 달랐던 것은?
영국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른 한편으로 영국에도 저런 야만이 있었구나 하고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우리만 야만의 세월이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뜻 모를 안도를 안겨주기도 한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도 학살이 있었고 물대포가 있고 엉터리 조사와 발표도 있었다.
그런데 달랐던 것은 처리 방식이었다.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하느냐가 사실은 더 문제였던 것이다. 영국 정부는 14명이 학살된 사건을 3500억 원을 들여 12년 동안 조사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시기 최소 100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민간인학살은 4년 남짓 조사한 다음 정부가 종결을 주장했다.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은 아직 그 진상이 오리무중이다.
물대포 또한 독일에서 거금을 주고 들여와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위험성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곧바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사실 흥미롭다기보다는 존경심이 느껴진다. “시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일하는 영국 경찰의 전통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물대포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경찰도 ‘시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일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추천의 글
쉽고 재미있고 명쾌하다. 제목은 ‘영국 이야기’지만, 실은 조금은 더 한국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 영국 생활인이자 역사학자로서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영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어린 에피소드들을 거울처럼 사용해서, 한국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일들의 실상을 조명하고 해석한다. 에피소드의 거울들은 사실에 충실하고 정교하다. 군더더기 없는 맑은 거울이다. 한국 사회의 허물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기의 허물을 인식하는 일은 아프고 부끄럽다. 하지만, 묘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실패들을 수습하고자 하는 내공이 고요히 차오름을 느낀다. 함석헌을 일생 큰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독자의 마음에 부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김도현(목사, (사)뿌리의집 대표)
저자는 함석헌, 이행우, 안띠아, 잉글, 다문화 가족, 입양인, 장애인, 민주화운동 희생자 등과의 만남에 독자들을 모셔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 참여하도록 한다. 전봉준과 크롬웰, 처칠과 이승만, 대처와 박근혜를 함께 만나는 ‘한국과 영국의 대화’ 자리로도 이끈다.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며 배우고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공간적 상상력을 북돋아 준다. 독자들은 이런 대화를 통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의 아름다운 사회를 함께 꿈꾸게 될 것이다.
김거성(문재인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그날이 오면』 저자)
“삶의 긍정적인 면과 희망을 보여주는” 세련되고 예의바른 한국의 BTS 청년들이 영국 청년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제 한국의 문화 수준은 국제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늙은 제국’ 영국은 여전히 ‘따라잡기 근대화’를 달려오느라 숨이 찬 한국에게는 큰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다. 한국과 영국을 모두 잘 알고 있는 김성수 박사의 개인사, 그리고 영국에 살면서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는 참여 관찰 기록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전쟁과 사회』 저자)
많은 사람들은 영국을 지는 해와 같은 나라로 여긴다. 책에는 영국이라는 기품 있는 저녁노을에 비친 나와 우리의 낯선 모습이 가득하다. 산재 사망률이 한국의 1/25에 불과하고, 내무장관이나 경찰책임자가 물대포 사용을 거부하는 광경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4백만 원을 신청한 장학금이 4천만 원이 나온 사연은 한국의 가슴 아픈 현대사와 노제국 영국의 품격과 책임감이 뜨겁게 만나는 지점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이지만, 이제 법적으로 영국인이 된 김성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젊은이들의 분신 때문에 지게 된 큰 빚을 한 글자 한 글자 갚아 가고 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위원)
주제어: 한국사, 역사, 현대사, 함석헌, 김동길, 전봉준, 장준하, 몬테그, 크롬웰, 윈스턴 처칠, 토니 벤, 제레미 코빈, 엘리자베스 여왕, 이승만, 박근혜, 마가렛 대처, 세월호, 국정원
분류: 한국사, 영국사, 역사/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