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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6. 11. 23. 11:17 Category : 피플파워가 낸 책 Writer : 알 수 없는 사용자

 

제목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

부제 500년 고전(古典)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펴낸날 2016년 11월 21일
가격 16,000원
반양장본 | 324쪽 | 145*210mm
ISBN 979-11-86351-10-9 (03820) 

펴낸곳 도서출판 피플파워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호로 38(양덕동)
          055-250-0100
          www.idomin.com
지은이 구주모

 

 

 

책 소개

 

중국 고전을 사랑하는 저자가 쉽게 풀어 담은 한 권의 <수호전>

 

노지심, 임충, 양지, 송강, 이규…. 다시 떠올리는 양산박 영웅들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저자가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를 구상한 이유는 한 가지다. 500년 고전(古典) <수호전>이 담은 메시지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명말청초 시대상황과 지금이 많이 다르다고는 하나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힘든 현실’은 그때나 이제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을 기치로, 인간 본성을 주 내용으로, 소설적 재미를 외피로 한 <수호전>을 지금 우리 눈높이에 갖다 놓으려 애쓴 결과물이다. 가슴이 답답한 이들에게 작으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 (본문 중)
토지와 재물을 독차지하고 백성들을 수탈하던 권력자, 고된 삶을 이어가던 백성들, 일그러진 권력을 부정하는 호걸들…. 이 책은 수호전 이야기를 줄여 담거나 문학적 가치를 평(評)하는 책이 아니다. <수호전>이 담은 주제들을 <수호전> 에피소드와 주인공들의 힘을 빌어 쉽게 풀어썼다. 수호전을 읽지 않은 이라도 겁낼 필요가 없다. 본문을 시작하기 전 ‘읽기에 앞서’를 가이드 삼아 책을 읽어간다면 멀게 느껴지던 고전(古典) 속 호걸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질 것이다.

 

 

 

지은이

 

구주모

 

경남 창원 출신.
현재 경남도민일보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역사라는 창을 통해 인간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는 그 연장선상에서 엮은 책이다.
전작(前作)으로는 <고전과 함께하는 수필 삼국지>가 있다.

 

 

 

 

목차

 

수호전 서문
읽기에 앞서

 

01. 술과 고기 그리고 사내
주육(酒肉)과 호한(好漢)
삼완불과강을 넘어선 호한
그들이 즐긴 술은 독주가 아니었다
큰 주발에 술 마시고 고기는 덩어리로
뭍과 물을 지배하던 상남자들
술이 들어가면 천지가 내 것이라
쾌활림 길에 빛나는 주령
조선 선비도 덩달아 호기 부리고
원굉도 왈 “수호전이 곧 술이다”
그렇게 즐기는 주육에도 예외는 있다

 

02. 일그러진 권력, 신음하는 사람들
권력과 부패
관이 핍박하니 반란이 일어나고
왕진이 사라지니 사진이 등장한다
머리 좋은 출세주의자, 국정을 농단하다
친인척까지 총동원된 부패 사슬
곁가지 권력이 부리는 패악
돈독 오른 아들딸 뇌물 경쟁에
지방관은 모두 굶주린 이리
맹수가 된 ‘재물의 법’
도교에 혹한 건달황제 휘종
통을 부수고 요리를 쏟아버려라
벼슬아치네 개새끼가 사람을 무니
“중국 문명은 부자들이 벌인 인육 잔치판”

 

03. ‘돈 앞에 장사없다’ 은자무적론(銀子無敵論)
공안(公案)과 은자(銀子)
돈이 있으면 귀신과도 통한다
분조와 토포대에 앗기는 생명들
공안마다 벌어지는 뇌물 경쟁
보조화폐 은자(銀子), 전면에 나서다
돈은 인간관계 지배한 핵심 동력
은자로 끌어모은 천하 호한들
토호들이 누리던 유전유세(有錢有勢)
십만 꾸러미가 해결한 사건

 

04. 협객과 도적은 한 끗 차이
의협(義俠)과 도적
민중들이 믿고 떠받든 의협
하층민 윤리는 다름아닌 의리
백성들이 가장 숭앙한 영웅, 노지심
협객, 도적과 한 몸이 되다
관리 횡포에 저항하나 백성들도 유린
“나는 어미 아비도 모르는 개대가리 장노인”
살인 방화 거리낌 없어야 호한
잔인한 폭력, 그리고 원시적인 쾌락 추구
중국인 영혼속엔 토비(土匪)가 있다

 

05. 검고 못생긴 아전, 산적 두목이 되다
서리(胥吏)와 송강
관청에 기생하던 좀벌레들
송강 같은 서리를 갈망한 사회
금덩이를 흙덩이 던지듯
의기만 확인되면 모두가 형제
충과 의에 끼어 고뇌하는 사나이
가슴에 숨긴 울분과 포부
성탄, 송강을 혐오하다
이규가 더 효자라는 놀라운 주장
“송강은 통치계급에 충실했던 노예”

 

06. 뇌물짐 강탈 대작전
생신강(生辰綱)사건
10만관 뇌물짐이 움직이다
운반 책임자로 나선 양지
계교로 뇌물짐을 빼앗다
기발한 꾀 앞에 몽땅 털린 양지 일행
강도는 나쁘지만 뇌물 강탈은 OK
호민으로 거듭난 완씨 삼형제
어설펐던 훔친 자, 대책없던 가진 자

 

07. “악인들은 각오하라” 뚱뚱한 중 이야기
화상(和尙) 노지심
장(醬)과 비단, 그리고 징소리
명분이나 비장미 찾지 않는 진짜 사나이
사람을 죽이면 피를 봐야 한다
엄청난 강도(强度)로 다가오는 이타행(利他行)
갈등과 해학 부르는 노달과 석가(釋家)
문수원 진동시킨 술주정
아는 게 없으니 대꾸할 말이 없다
거칠지만 흘러 넘치는 정의(情誼)
계도와 선장 내세운 동이불미(動而不迷) 노지심

 

08. 증오받던 이데올로기 유교(儒敎)
반유(反儒)와 응징
영웅은 글 읽을 줄 모르나니
주둥이만 살아 움직이는 서생들
양산박, 조정 고관을 농락하다
소름 끼치는 노래, 권학가(勸學歌)
속이 좁아 타인을 시기하니
왕조 내내 천시당한 무관들
위선적인 유가에 철퇴를 가하다

 

09. 찬양받던 이데올로기 도불(道佛)
도교와 불교
황당한 도술 이야기, 그래도 당대엔 통했다
백성들 삶에 뿌리박은 도가와 석가
양산박 수호신 탁탑천왕 조개
신비로운 36천강 72지살
이규는 살인 별, 시천은 도둑 별
가난한 이 달랬으나 부작용도 컸다
“마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네”

 

10. 흑선풍 쌍도끼와 살인미학
폭력과 이규
“이규 살상 이야기, 책에서 빼달라”
사건에서 분위기까지…넘치는 폭력예찬
‘살인이 곧 쾌락’ 전율스러운 흑선풍
이규, 비인(非人)의 경지에 오르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특수공간 양산박
본성에 충실했던 ‘선천지민(先天之民)’
먼저 치고 다음에 생각한다
“좆같은 황제자리, 우리가 뺏어보자”
쌍도끼는 공권력과 법질서 비웃던 상징

 

11. 음란한 여인들, 재앙을 부르다
여인의 향기
찬란한 문학제단에 몸 바친 악녀들
청교도적 금욕주의자 양산박 호한들
부녀자가 음란하면 죽여야 한다
여색을 탐하면 사나이가 될 수 없다
39번 “도련님” 끝에 “자기야!”
‘반려등소한’ 시험문제 통과하는 서문경
무성왕묘, 부녀군, 능연각, 뚜쟁이는 병법가?
점층법과 세밀화로 묘사한 뜨거운 간통
본성 억눌렸던 그들은 모두 피해자
선머슴 능가하는 여자 괴물 3인방
“<수호전>이 보여주는 여성관은 혁명적”
승려와 호도인, 동성애로 엮이다

 

12. 밑바닥 인생 ‘장삼이사’
장삼과 이사
삼류인생엔 변변한 이름도 없다
시작과 끝이 일치하는 사내들
소와 양, 질 나쁜 불량배를 대표하다
주인공과 동고동락하는 호송공인들
유배사건마다…음습한 살인음모
세 치 난쟁이 곰보 무대랑
신(神)이 된 ‘도둑 왕’ 고상조 시천
“이곳에 좀도둑은 없습니다”

 

13. 아시아에 울려퍼진 ‘타호(打虎)’ 무송
타호(打虎) 무송야(武松也)
삼완불과강, 무송 앞에 무릎 꿇다
온 세상에 울려퍼진 ‘살인자 타호무송야’
간악한 무리 응징하는 정의의 재판관
아홉 두령 장점을 한눈에
소인에게 쫓기다 넘어지는 영웅
맹주성 복수전은 간악함 깨부순 쾌사(快事)
은혜 보답은 열과 성을 다해
박대하는 주점에서 내지르는 분풀이
안식처 찾지 못한 영웅의 행로

 

14. 소름돋는 인육(人肉) 공방 ‘십자파’
인육(人肉)십자파
살찐 놈은 죽여서 만두소로
끔찍한 도살장 ‘인육공방’
난세에 유행(?)했던 사람 고기
식인 습속은 오래된 중국문화
승려와 도사, 기녀, 유배자는 죽이지 않는다
상대 제압하는 무기는 몽한약
현대 소설도 “쓰러져라 쓰러져라”

 

15. 부자가 도적이 된 까닭
하북(河北)노준의
삼승삼패론으로 본 옥기린과 급시우
부자 호걸을 끌어들여라
날 때부터 팔자는 정해져 있다?
앞 글자에 뜻 감춘 장두반시(藏頭反詩)
심복에게 배신당하는 노준의
코끼리 그리려다 낙타 그린 꼴
팔방미인 연청을 주목하라

 

16. 병(病) 새(賽) 소(小) “누구보다 나으니”
별호(別號) 이야기
새(賽)와 병(病)은 누구보다 낫다는 항주방언
양산박 휘어잡은 신비장군 화영
산채 호한들은 대부분 검고 추한 반(反)영웅
개인 기량·녹림문화 관념 어우러진 결정체
용 문신을 비롯한 문신 새기기도 유행
108두령 중 절반이 동물 별호
민첩한 조도귀, 정의로운 석수
“형제는 용감했다” 무려 23명이나
완씨 삼형제 별호 합하면 ‘카르페디엠’
토호 집단 “우리도 용과 호랑이”
화화상은 파계승? 돌중?

 

17. 길 잃은 영웅, 산채에 오르다
표자두(豹子頭) 임충
왕토에서 쫓겨나 수호에 이르다
마누라 탐한 고아내 흉계에 빠져
명검 파는 상황극에 그만 ‘덜컥’
“고태위 부탁이오. 임충을 죽여주시오!”
세 놈 공인 처치하고 파탄난 주인공
양산박에서 다시 찾은 활로
왕륜 죽인 건 ‘수호일서대주제(水滸一書大主題)’
음모 눈치 못챈 우직한 무부(武夫)

 

18. <수호전>을 다시 음미하다
수호전 소고(小考)
명말(明末) 최대 베스트셀러에
조선에서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행
인물묘사 생생해 흡사 곁에서 지켜보는 듯
호쾌한 사진, 인색한 이충
하층민 한 어루만진 통쾌한 이야기
70회본 <제오재자서(第五才子書)> 새 지평을 열다
체포, 고문, 뇌물, 협잡이 꿈틀거린다
중단편 이야기 모은 옴니버스 체제
비숍 “중국소설은 소설기교, 리얼리티 부족”
이드마 “비숍이 말하는 건 서구적 잣대”
말세의 실록, 열혈인의 심결(心訣)

 

참고도서


 

 

책 속으로


이 중 뇌물 수수는 사치생활을 충족하기 위한 필수 코스였다. 북경 대명부를 맡고 있던 사위 양중서가 채경에게 생신 선물로 10만 관을 보낸 일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10만 관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일까?
당시 지역에서 1만 관 재산이 있으면 큰 부자로 인정받았다. 양중서는 그 열 배에 해당하는 재물을 매년 채경에게 바쳤다고 하니 백성을 수탈한 정도가 짐작된다. 채경은 동관, 고구, 양전과 함께 송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사흉(四凶)으로 꼽힌다.
성탄은 그래도 이 네 사람이 부리는 횡포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채경과 고구 친인척이 부리는 횡포, 나아가 이들에게 빌붙어 사는 이들이 부리는 횡포는 한량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본문 47쪽)

 

뇌횡과 노달, 두 사람은 관부로부터 직접 핍박을 당한 게 아니다. 하지만 기녀와 백정이 관부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두 사람이 이를 견디지 못했다는 건 결국 관부로부터 핍박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호연작, 관승을 위시해 조정에서 명을 받고 양산박을 정벌하러 나온 장수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관군 장수들이 이끈 군대는 실력으로 양산박군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패전이 용인되는 건 아니었다. 패장(敗將)은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칫하면 적군과 내통해 부러 패전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쓸 공산이 컸다. 그래서 그들은 포로가 됐을 때 다들 이렇게 말한다.
“동경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으니 원컨대 빨리 죽여주시오!” (본문 58쪽)

 

원래 <수호전>은 세 가지 층위(層位)로 구성된다. 첫째는 환상적인 층위다. 천인감응이란 우주관이 소설 구조 속에 정좌해 있다. 즉 초인간적 우주가 인간이란 소우주를 덮고 있다는 설정이다. 둘째는 사회적 층위다. 고구로 대표되는 사회악 혹은 사회적 모순과 송강을 비롯한 의사(義士)가 대립축을 가진다. 셋째는 심리적 층위다. 의와 충이 줄곧 갈등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 첫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호전>을 감싸는 도가적, 불가적 우주관이다.
하늘과 인간이 감응하며, 천강과 지살이 별자리가 화한 인간이란 이야기가 퍼지면서 36천강과 72지살은 농민반란군들이 곧잘 차용하는 단어가 된다. 명나라 숭정 4년 산서지역 농민반란군은 군대를 36영(營)으로 구성했다. 두령들은 양산박 호걸 명호를 빌려 흑선풍이니, 혼강룡이니, 일장청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곤 했다. 그런가 하면 글자를 조금씩 바꿔 별호를 짓는 것도 대유행이었다. (본문 163~164쪽)

 

다양한 의미를 종합하면 화화상이란 별호는 승려는 승려이되, 꼭 승려라고 잘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면모를 총칭하는 단어가 된다. 인간미 넘치는 호걸이자, 불의를 응징하는 사제가 노지심이다. 경망스럽고 부박하지만 그가 지닌 진정성은 세대를 초월해 후인들을 감동시킨다. 물론 과도한 음주와 거기서 파생되는 주사(酒邪) 또한 빠트릴 수 없는 장기(長技)다. 성(性)과 관련된 해석만 빼면 꽃 화(花)자는 화상인 노지심을 가장 잘 설명하는 글자가 된다.
저잣거리 밑바닥에서 탄생한 수호영웅 별호는 권력을 향해 ‘그래도 우리는 이런 기상을 가지고 있다’는 매서운 메시지를 던진다. 양산박에 웅크린 그들에게는 ‘호한은 용맹과 의리로써 함께 간다’는 동질감을 선사한다. (본문 283~284쪽)

 

<수호전>이 수백 년을 거치며 명저로 자리 잡은 건 구성과 내용 및 인물묘사가 치밀하다는 점, 그리고 서민의식을 강렬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민간 영웅 형상을 성공적으로 창조한 것은 이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인정(人情)과 물태(物態)’를 묘사한 것을 예로 들며 <수호전>은 실로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수호전>은 백화소설(白話小說)이다.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형식미를 갖춘 문언소설(文言小說)이 아니라 구어와 속어체 문장으로 쓴 여항(閭巷) 문학이다. 문체 또한 간결하고 역동적이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다. 대부분 문장이 주어와 동사로 이뤄졌다고 할 만큼 서술방식이 박력있다. 또 심리묘사가 전혀 없는데도 작중 인물 개성이 살아 꿈틀거린다. (본문 307쪽)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국 고전을 사랑하는 저자가 쉽게 풀어 담은 한 권의 <수호전>
500년 고전이 담은 메시지는 이 혼란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흔히 성경이 역대 베스트셀러라고 하지만 <수호전>도 이에 못지않다. <수호전>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곱씹는 고전(古典) 중 하나다. 독자층이 몇 세대가 바뀌어도 그 흡입력은 여전하다.
수호전 이야기는 명말청초, 권력이 백성을 유린하던 처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했다. 썩은 권력에 고통받는 백성들 중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양산박 호걸들은 믿을 건 제 몸과 배짱 하나밖에 없는 시대에 맞서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와 혹은 다른 악연과 얽히며 거대한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수호전>에는 칼부림과 끈끈한 동료애가 공존한다. 노지심, 임충, 양지, 송강, 이규…. 그 옛날 밤을 새며 읽던 책 속 호걸들이 다시 생생히 활약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수호전 이야기는 지금의 혼란한 시대 모습과 겹쳐진다. 당시 ‘무전유죄’에 시달리고 권력에 핍박받던 백성들은 지금도 다른 얼굴로 도처에서 발견된다.
<혼란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에서는 <수호전> 속 인물과 장면을 활용해 수호전의 숨은 주제를 풀어준다. <수호전>을 읽지 않은 독자까지 즐길 수 있는 설정이다.
‘증오받던 이데올로기 유교(儒敎)’라는 주제에는 양산박 호한들이 북경 호걸 노준의를 유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양산박 호수에서 완소이와 마주친 노준의는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영웅은 시경 서경 읽을 줄 모르나니!(英雄不會讀詩書)…”
유교적 소양을 묵사발로 만드는 장면이다. 영웅은 글을 읽지 않는다는 노래가사에는 문자로 대변되는 지식과 규범세계에 대한 차가운 불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유교를 증오했던 당시 백성들의 민심을 설명한다. <수호전>은 ‘불통문묵(不通文墨·시문을 짓거나 서화를 그리는 일을 전혀 모름)’을 기치로 내건 반체제 소설로 알려져 있다. 불통문묵이나 반체제는 곧 ‘반유교(反儒敎) 정서’다. 소설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은 유교적 소양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백성을 수탈하는 데 능하다.
<수호전> 에피소드에 더해지는 저자의 해석은 이 책을 더 깊고 풍부하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양산박 두령들이 그토록 유교를 폄훼하고 경멸했음에도 기본적인 유교 소양을 지닌 송강과 노준의가 첫째·둘째 두령이 되고, 학자 출신인 오용이 3위로 군사(軍師)가 됐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뒤늦게 합류한 관군 장수 관승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음에도 임충을 뛰어넘어 서열 5위에 랭크된다.
양산박은 기존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집단이었지만 이를 이끄는 상층 지도부는 여전히 인습과 문벌을 중시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큰 요인이 식자력(識字力)이었음을 말해준다. 즉 유교 질서를 혐오했지만 유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중간 중간 수호전 에피소드를 대화체로 쉽게 풀었다. 어렵게 느껴지는 500년 전 고전(古典)은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규가 장순을 보며 으르렁거린다. “네놈이 오늘 내게 물을 흠씬 먹였겠다?”, “당신도 오늘 나를 죽도록 두들겨 팼잖아?” 대종이 화해를 권한다. “한바탕 싸움을 했으니 두 사람이 이번 기회에 친구가 되었으면 하오!” 그러자 이규가 째려보며 말한다. “너 다음부터 노상에서 만나면 조심해라!”, “앞으로 물에서 보거든 정신 바짝 차리시우!” 네 사람은 즐겁게 한바탕 웃는다.

<수호전>에는 불의를 응징하는 칼부림이 난무한다. 그로부터 멀고 먼 21세기다. 칼부림은 없을 지라도 ‘관이 핍박하면 민중이 반항한다(官逼民反)’라는 수호전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주제어: 수호전, 수호지

분류: 고전문학, 동양고전문학, 중국역사, 중국고대사, 문학평론, 수호전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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